합정/홍대 조용한 술집 추천 | 큐슈방 내돈내산 리뷰 (feat. ‘혜리 와인’ 루나가이아 콜키지 이용 후기 )

홍대 조용한 술집을 찾는다면, 지난주 일요일에 다녀온 합정역 근처의 이자카야 큐슈방을 추천하고 싶다. 합정은 워낙 비슷한 일본 감성 이자카야가 많아서 큰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메뉴의 구성이나 퀄리티 모두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큰 규모의 단체 모임 보다는 데이트나 소개팅 장소로 좋을 것 같은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일식, 한식, 중식이 모두 어우러진 퓨전 요리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글을 통해 큐슈방의 분위기, 대표 메뉴, 그리고 함께 마신 와인까지 자세히 리뷰하려고 한다.

Location

합정 / 홍대

Cuisine

이자카야

Meal Type

저녁

Date of Visit

2025년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독막로3길 18 2층 201호
큐슈방

큐슈방은 합정역 5번 출구에서 카페거리 쪽으로 도보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합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깔끔하고 세련된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는데, 주변에 북적이는 대형 술집이나 고깃집들에 비하면 유독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조명이나 간판도 화려하지 않아서 그런지 ‘나만 알고싶은 맛집’의 느낌이 강하다.

참고로 큐슈방은 일산 쪽에서 ‘근린주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합정으로 확장이전하면서 ‘큐슈방’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리브랜딩했고, 2023년에는 고양 원흥점도 추가로 오픈했다.


‘큐슈의 방’(room)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의 대표 메뉴는 일본 규슈 지역에서 유명한 모츠나베(곱창전골)라고 한다. 우리는 더운 날씨에 방문해서 국물 요리는 시키지 않았지만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방문하면 나베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 큐슈방은 일식을 메인으로 하는 이자카야지만 정통 일식 보다는 퓨전 일식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일본 재료인 카니미소(게내장)를 활용한 볶음소바는 얼얼한 라유가 들어가서 중식요리 느낌이 강했고, 항정살과 미나리를 활용한 메뉴는 한식 재료의 맛을 일본식 된장을 활용해 살린 요리였다.

나베류는 2만 원 후반대부터 3만원 초반, 요리류는 1만 후반에서 2만 원 초중반대로 구성되어 있었고, 주류는 소주나 사케는 물론 하이볼, 소주, 맥주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병당 15,000원의 비용을 내면 콜키지도 가능한데,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1병까지 콜키지 프리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다.


🦀게내장 볶음소바

Rating: 4 out of 5.

처음으로 시킨 메뉴는 게내장볶음소바다. 일본식 소바에 게내장을 넣은 면요리라고 해서 올리버바이쇼텐의 파스타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일 거라 예상했는데, 중화풍의 불향과 마늘, 라유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녹진한 게 내장의 감칠맛이 더해져서 일반적인 일식 파스타의 담백함과는 정반대의 강렬한 매력이 있었다. 생각보다 매운 맛이 강해서 토핑으로 올라간 계란노른자나 바삭하게 구워진 토스트와도 잘 어울렸지만, 포테이토 사라다나 볶음밥 같은 부드러운 사이드를 곁들이면 좋은 메뉴였다.

요즘 핫한 이자카야에서 카니미소나 전복내장을 활용한 비슷한 파스타 메뉴가 자주 보이는데 큐슈방의 버전은 소바면을 활용했다는 점과 볶음 짬뽕을 연상시키는 매운 풍미가 이곳만의 차별점으로 느껴졌다. 퓨전의 묘미도 제대로 살아 있고 큐슈방만의 색깔이 확실해서 기억에 남는 요리다.

🐖미소항정살과 미나리무침

Rating: 4 out of 5.

두 번째로 나온 미소항정살과 미나리무침은 일식과 한식의 세련된 접점을 잘 보여주는 메뉴였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항정살은 일본식 미소 된장 소스의 마리네이드 덕분에 고소한 감칠맛이 배어들어 있었다. 고기 자체도 겉은 그을린 듯 바삭하지만 속은 특유의 아삭한 질감이 살아있는 완벽한 겉바속촉으로 구워져서 나왔다.

고기 위에 뿌려진 후추나, 함께 곁들여 나온 참기름과 통깨로 고소하게 버무린 미나리의 향긋함은 항정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풍미를 더했다. 거기에 아삭한 백김치와 알싸한 머스타드 소스까지 있어서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구성이 돋보이는 접시였다. 그리고 재료 모두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한 본연의 맛이 느껴져서 같이 시킨 다른 메뉴나, 가져간 화이트 와인과의 조화도 너무 좋았다.

🍳차항 (중화풍 계란볶음밥)

Rating: 4 out of 5.

마지막으로 주문한 메뉴는 차항이라는 중화풍 계란볶음밥이다. 볶음소바의 매운 맛을 중화시킬 사이드로 큰 기대 없이 시켰는데 없어서는 안될 메뉴였다. 안남미가 생각나는 고슬고슬한 밥알에 계란이 잘 배어 있었고, 중간중간 씹히는 파나 마늘의 식감도 살아 있었다. 최근 홍콩여행 중에 먹었던 딘타이펑의 계란볶음밥이랑도 비슷해서 그런지 라유 맛이 강한 볶음소바랑 같이 먹었을 때 완벽한 조합을 이뤘다.


콜키지 및 와인 페어링

‘혜리와인’ 루나가이아 아그라만테 그릴로

우리가 가져간 루나가이아 아그라만테 그릴로(Luna Gaia Agramante Grillo)유튜브 ‘혤스클럽’에서 혜리가 직접 추천하면서 이른바 ‘혜리 와인’으로 입소문을 탄 자연주의 화이트 와인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토착 품종 ‘그릴로(Grillo)’로 만든 와인으로, 상큼한 과실 향과 허브 뉘앙스가 특징이라고 한다.

첫 입은 얼마 전 마셨던 카 데이 프라티 와인처럼 레몬즙 같은 높은 산미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 하지만 리뷰에서 본 대로 에어링을 거치고, 칠링 상태에서 온도가 점점 내려가니까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단맛이 피어나면서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목넘김으로 바뀌었다. 가볍지만 깊이 있는 과실 향과 산미의 균형이 훌륭해서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단독으로 마시기도 괜찮았다. 끝까지 정말 맛있게 마실 수 있었던 와인으로, 더운 여름에 강력 추천하고 싶은 유기농 화이트 와인이다.

아무래도 일식 전문점이다 보니 일반적인 와인잔 대신 고블렛 형태의 잔을 내어주셨는데, 냉장고에 보관하셨는지 글래스가 차가웠다. 뭔가 생맥주잔이 생각나서 새롭고 재밌었는데 덕분에 와인을 더 차갑게 마실 수 있어서 생각보다 유용한 포인트였다.


인테리어 & 분위기

큐슈방의 내부는 따뜻한 우드톤 인테리어에 웜한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어두운 이자카야가 아닌 밝은 무드가 돋보였고, 특히 넓은 통창과 오픈형 주방 덕분에 자칫 협소해 보일 수 있는 공간도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일요일 저녁에 방문했을 때 손님이 많지 않아서 데이트부터 소개팅까지 조용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기에 좋은 분위기였다.

Rating: 4 out of 5.

4.2/5

총평

큐슈방은 다양한 국적의 재료와 레시피를 조화롭게 녹여낸 메뉴가 인상적인 이자카야 맛집이었다. 요리 하나하나가 친숙한 듯 독창적이고, 와인과의 페어링도 기대 이상이어서 콜키지 프리 혜택이 있는 평일 저녁에 방문한다면 더 가성비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조용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이야기 나누며 식사하고 싶은 친구나 연인들에게는 너무 좋은 장소라 합정 근처에서 저녁 약속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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