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항구(Harbour)를 모티브로 한 이 용산 하버는 이미 유명한 다이닝 바 ‘Munch’의 세컨드 브랜드이자, 뉴욕 CIA 출신 셰프가 미슐랭 레스토랑 경력을 살려 런칭한 공간이다. 핫플로 가득한 용리단길에서도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파스타 맛집인만큼 기대를 갖고 직접 다녀왔다. 평소처럼 내돈내먹으로 방문해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포함한 세 가지 메인과 와인 페어링까지 곁들인 돼지런한 경험을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Location
신용산 / 용리단길
Cuisine
양식
Meal Type
저녁
Date of Visit
2025년 7월 20일
Table of Contents
하버 메뉴 및 가격
하버의 메뉴는 파스타, 메인, 사이드, 디저트류까지 포함해 약 10여 개의 메뉴로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이탈리안 베이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뉴욕 출신 셰프의 영향 때문인지 아메리칸 다이닝의 자유로운 개성이 느껴졌다. 칼라마리, 조개, 새우 등의 해산물이 사용된 샐러드와 파스타부터 소고기와 닭고기를 사용한 메인요리까지 다양한 취향을 아우른다. 가격대는 메인 기준 2만원 초중반에서 3만원 후반 정도로 가성비 보다는 퀄리티와 재료에 집중한 느낌이었다.
주문한 메뉴
스파이시 쉬림프 마팔디네
하버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스파이시 쉬림프 마팔디네는 새우, 비스크 소스,가쓰오부시를 사용한 퓨전 파스타였다. 일반적인 파스타면보다 넓고 양쪽으로 주름이 잡혀 있는 마팔디네 면이 식감과 비주얼에 포인트를 준다. 소스는 매콤한 비스크 소스에 불맛이 살짝 더해져 있었고, 끝부분이 살짝 그을린 면도 약간의 바삭한 식감을 더하면서 녹진한 소스와의 조화가 훨씬 더 풍부하게 느껴졌다.


은은한 감칠맛을 더하는 가쓰오부시에 반숙 계란프라이까지 토핑되어 있어서 정통적인 이탈리안 파스타 보다는 일본식 야끼소바나 볶음짬뽕이 생각나는 창의적인 메뉴였다. 비주얼은 완전히 다르지만 예전에 합정 근처에서 방문했던 큐슈방의 게내장 볶음소바와 비슷한 감칠맛과 매콤한 풍미가 떠올랐다.
서프 앤 터프
서프 앤 터프는 원래 바다(surf)와 육지(turf)의 조합, 대표적으로 랍스터와 스테이크를 함께 먹는 미국식 고급 요리다. 하지만 하버의 서프 앤 터프는 전통적인 버전에 비해 훨씬 캐주얼한 방식으로 재해석됐다. 랍스터 대신 신선한 새우가 듬뿍 들어가 있었고, 먹기 좋은 크기로 슬라이스 된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로 구워져서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느껴졌다. 그레이비 느낌의 진한 스테이크 소스와 굵은 후추의 알싸한 향이 프렌치 프라이와도 훌륭하게 어울렸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스테이크나 서프앤터프에 비해 합리적인 가성비와 자유로운 해석이 느껴졌고, 레드 와인뿐만 아니라 맥주와 함께 곁들이기도 좋은 메뉴였다.

이탈리안 허브 치킨
이탈리안 허브 치킨은 사실 파스타랑 스테이크가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아서 추가로 주문한 메뉴였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푸짐해서 깜짝 놀랐다. 부드러운 닭고기 위에 바삭하게 구운 팽이버섯이 한가득 올라가 있었고, 아래 쪽엔 디종 머스타드와 랜치 소스가 깔려 있었다. 촉촉하게 구워진 닭고기와 튀김처럼 바삭한 팽이버섯의 조합이 너무 신선하고 맛있었다. 여기에 디종 머스타드의 알싸한 매콤함과 부드러운 랜치 소스까지 더해져서 소스의 밸런스와 재료의 조화, 플레이팅까지 이 날 먹었던 요리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기대했던 서프 앤 터프보다 이탈리안 허브 치킨이 더 만족스러워서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먹고싶은 메뉴다.


와인 페어링
하버 와인 및 주류 메뉴
하버의 주류 메뉴는 와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라스 와인은 1만 원대 후반부터, 바틀 와인은 5만 원 후반대부터였다. 콜키지는 병당 3만 원이지만, 하우스 와인의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라 굳이 콜키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와인 리스트를 보면서 사장님이 드라이하면서도 스파이시한 스타일의 와인을 선호하시는 느낌을 받았는데, 메인 메뉴들의 자극적인 감칠맛과의 페어링도 고려된 것 같았다. 와인 외에 맥주 종류도 다양한 편이라 주문한 메뉴나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블랑빌 그랑드 리저브 루즈 (Blanville Grande Réserve Rouge)
이날 우리가 선택한 와인은 블랑빌 그란데 리저브 루즈(Blanville Grande Réserve Rouge)라는 프랑스 레드 와인으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멀로(Merlot)가 블렌딩된 클래식한 조합이었다. 까베르네 소비뇽의 캐릭터가 더 두드러지는 편이었는데, 은은한 씁쓸함과 함께 자연스러운 떫은 맛이 감돌면서 부드럽고 달콤한 레드 와인과는 확연히 다른 깔끔한 피니시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단맛이 정말 없어서 최근에 마셔본 레드 와인 중 가장 드라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게감이나 풍미가 깔끔해서 입에 남는 잔당감이 없었고, 마실수록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매력이 느껴지는 와인이었다.


분위기 & 인테리어
하버의 외관은 간판 조차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미니멀한 편이었고 블랙 컬러를 중심으로 한 내부도 절제된 세련됨이 느껴졌다. 어두운 조명과 천장의 목재 마감, 그리고 가게 곳곳에 놓인 배나 선박과 관련된 오브제들이 마치 선실 안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하버는 ‘도심 속의 정박지’를 모티브로 삼고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바다나 해변의 낭만적인 이미지 보다는 모던하고 도시적인 무드가 돋보였다.



용리단길 데이트 맛집
가게 안쪽으로는 오픈 키친을 마주보는 바 테이블이 있어서 이자카야나 칵테일 바의 프라이빗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테이블 간격이 넉넉한 편이고 대부분 2인 테이블 위주라 신용산역, 용리단길 주변에서 소개팅이나 데이트 맛집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실제로 방문한 날 대부분의 손님들이 커플이었다.) 참고로 나는 일요일 저녁 5시 반쯤 방문했는데 이미 모든 테이블이 예약으로 꽉 차 있었던 걸 보니 주말 저녁 시간대에는 예약이 필수인 듯하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대에 주문이 몰려서인지 음식이 서빙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다.


4/5
총평
하버는 메뉴 구성, 와인 페어링, 공간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조화롭고 균형감이 느껴졌다. 파스타부터 메인까지 모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고, 와인과의 궁합도 자연스러웠다. 공간 자체도 프라이빗하고 조용해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특별한 날을 위한 레스토랑보다는 신용산 근처 데이트 코스로 편하게 다시 찾고 싶은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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