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기념일 맛집 뮐(Muele) | 우마카세 스타일 가성비 스테이크 6코스

저번 주말에 남자친구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성수 기념일 맛집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뮐(Meule)’을 다녀왔다. 캐주얼 다이닝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완성도 있는 코스와 합리적인 콜키지 비용으로 자유로운 와인 페어링까지 할 수 있었다. 특히 우마카세처럼 셰프의 의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는데, 오늘은 내돈내산으로 즐긴 뮐의 디너 코스를 자세하게 리뷰하려고 한다.

Location

성수 / 서울숲

Cuisine

퓨전

Meal Type

저녁

Date of Visit

2025년 9월 28일


‘뮐(Meule)’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장작이나 건초를 뜻하는 동시에 클로드 모네의 유명한 연작 중 하나인 <건초더미>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계절, 날씨, 시간 등을 담은 모네의 작품처럼 시간의 흐름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는 뮐만의 다이닝 철학이 담긴 이름이라고 한다. 요즘 성수에는 항상 새로운 핫플과 맛집들이 빠르게 생기고 없어지는데 뮐은 그중에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컨셉을 분명히 잡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단순히 음식뿐 아니라 이름, 공간, 메뉴의 흐름까지 뮐만의 테마가 이어져 있어서 색다른 다이닝 경험을 즐길 수 있었다.


뮐의 메뉴는 단일 코스로 진행된다. 계절과 재료 상황에 따라 조금씩 요리가 바뀌는 듯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하다: 애피타이저부터 스테이크를 중심으로 한 메인, 그리고 마무리 국물 요리와 디저트까지 6코스로 이어진다.

내가 방문한 2025년 9월 기준 코스 가격은 1인 기준 66,000원이었는데, 신선한 소고기를 활용한 요리부터 스테이크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완전 만족스러운 가격이었다. 특히 요즘 서울 핫플에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에 비해 가성비가 훨씬 좋다고 느껴졌고 분위기나 서비스도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찾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1.카르파치오

얇게 썬 채끝살 위에 루꼴라, 호두, 그리고 트러플 오일이 곁들여졌다. 서빙되는 순간부터 트러플 향이 강하게 느껴졌고, 부드러운 고기와 리치한 트러플 풍미가 입안에서 고급스럽게 어우러졌다. 중간중간 씹히는 호두 분태의 고소한 식감도 의외로 포인트가 되는 요소였다. 예전에 쏘티(Sortie)라는 곳에서 먹었던 카르파치오가 떠올랐는데, 평소 소고기 타다끼나 카르파치오를 좋아한다면 성수동 쏘티도 꼭 가볼 만한 곳이라 추천하고 싶다.

2.호우바 부채살 숯불구이

말린 목련잎 위에 올려져서 나온 숯불구이는 비주얼만 보면 동남아식 꼬치요리인 사테이와도 비슷했고 쫄깃하면서도 탄력있는 식감은 일본식 야키토리에서 먹는 ‘하츠’와도 비슷했다. 고기 아래 깔린 두부 페이스트는 콩 맛이 강하지 않고 라이트한 후무스 같은 맛이었는데 부채살에 발린 달콤짭짤한 미소 소스를 부드럽게 중화시켜줬다.

3.채끝 스테이크와 그린소스

첫번째 채끝 스테이크는 서빙 전에 고수 또는 깻잎 소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서 나는 고수, 남자친구는 깻잎을 선택했다. 고수 소스는 동남아풍의 가벼운 그린커리 느낌이 났고, 깻잎 소스는 깻잎장아찌의 간장 양념 같은 맛이었다. 두 가지 모두 천연 꿀이 들어가서 그런지 은은하면서도 깊은 단맛이 있었고, 부드럽고 고소한 채끝 스테이크랑도 너무 잘 어울려서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4.안심 스테이크

다음으로 나온 안심 스테이크는 감자와 브로콜리니, 그리고 우엉이 곁들여져 나왔다. 바삭한 우엉튀김이 잔뜩 올라간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는데, 우엉 특유의 씁쓸하고 한약재(?)스러운 풍미가 스테이크에 동양적인 향을 더해줬다. 채끝에 비해 안심 스테이크는 훨씬 두꺼운 큐브 모양으로 썰려 있었는데도 전혀 질기지 않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려서 채끝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5.뮐 백짬뽕

스테이크 코스 마지막에 짬뽕이 나오니까 갑자기 중국식 코스요리로 장르가 바뀐 것 같았다. 마일드한 비주얼이지만 후추의 알싸한 맛과 고추의 매운맛이 동시에 느껴질만큼 국물 맛이 꽤 얼큰했고, 소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사골 국물 같은 진한 깊이가 있었다. 보기와 달리 숙주와 면도 넉넉하게 들어 있어 식사를 든든하게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양이였다.

6.디저트

마지막 디저트는 소르베였다. 두가지 맛 중에 우리는 메론 맛을 선택했는데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좀 더 가볍고 청량하게 만든 느낌이었고,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주는 마무리였다.


뮐 콜키지 가격 & 주류 메뉴

뮐은 콜키지가 가능한데 와인 기준 병당 3만 원, 위스키는 병당 5만 원으로 최대 1병까지만 허용된다. 콜키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와인과 위스키, 하이볼, 맥주 등 다양한 주류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와인이나 하이볼은 글라스 기준 9천 원, 맥주는 7-8천 원, 위스키는 2만 원 이내였다. 다양한 종류의 술을 글래스 단위로 주문할 수 있어서 코스 순서에 맞춰 한잔씩 페어링하기 좋았다.

브레드앤버터 피노누아

우리는 이날 예전에 정말 좋아했던 브레드앤버터 피노누아 (Bread & Butter Pinot Noir)를 챙겨갔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산으로, 이름처럼 빵과 버터를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풍미가 특징인데, 사실 (지금보다 더 와린이 시절이었던) 1년 전쯤 마셨을 때에 비해 그렇게 큰 특색이 느껴지지 않아서 살짝 실망스러웠다. 강한 탄닌이나 스파이시함이 없어서 호불호가 갈릴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예전만큼의 크리미/버터리한 개성을 못 느껴서 우리 입맛이 바뀌었거나 와인 컨디션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뮐의 인테리어는 일본 찻집이나 Zen aesthetic에서 영감을 받은 듯 동양적이면서도 미니멀했고, 어딘지 모르게 ‘이솝(Aesop)의 동양 버전’을 보는 듯한 분위기였다.

좌석은 최대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하나의 긴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었다. 왼쪽 끝 네 자리는 서로 마주 보는 구조였고, 나머지 자리들은 모두 일렬로 앉는 형태였다. 예약 시 자리를 따로 선택할 수는 없고 먼저 오는 순서대로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다. 우리는 왼쪽 끝 자리라 서로 마주보고 앉았는데, 옆 자리 손님들과 꽤 가까웠지만 잔잔한 음악과 말소리가 섞여서 생각보다 대화하기에 편안한 분위기였다. 전체적으로 완전히 프라이빗한 무드를 찾는 게 아니라면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방문하기에 충분히 로맨틱한 공간이었다.

Rating: 4.5 out of 5.

4.5/5

총평

전체적으로 뮐은 음식, 분위기, 서비스까지 균형이 잘 잡힌 레스토랑이었다. 단순히 가성비 스테이크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전체적인 코스의 흐름이 섬세하게 짜여져 있었다. ‘우마카세’ 느낌으로 셰프의 의도를 따라가며 계절감 있는 재료와 다양한 조리법을 경험할 수 있었고, 중간중간 동양적인 퓨전 감각이 더해져서 더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기념일은 물론이고 성수에서 색다른 다이닝을 경험하고 싶을 때 충분히 추천할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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